INTJ가 힘든 이유

2023. 4. 10. 20:11INTJ의 망상

반응형
SMALL

오늘 나는 극도로 예민하고 우울하다. 

버스를 타는데 우울해서 눈물이 나올 뻔 했다.

 

그렇지만, 나의 속마음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 왜냐면 우는 것 조차도 주변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나는 감정표현도 못한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 기분이 어떻냐고 물어보면 그냥 그렇다고 말한다. 슬퍼도 무표정, 기뻐도 무표정, 어떤 상황에서도 무표정이 된다. 딱딱하다. 

예전에 나는 내가 감정표현을 잘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잘 아는 줄 알았다. 근데, 아닌 것 같다.

 

내가 우울해진 이유를 생각해봤다.

 

#친구들의 손절

최근에 한 예로 친구 몇명에게 손절당한 것 같다. 그래도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늘상 챙기던 기념일도 챙기지 않고 그렇게 서로 아주 어색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나는 친구들의 기념일을 챙겼다. 슬프지만, 이제는 친구들과 많이 멀어진 것 같고, 이제 그들에게 나는 친한 친구라기 보다는 스쳐지나가는 행인 정도가 되는 것 같다.

 

근데 자세히 생각해보면 사실 나는 친구들이 나를 손절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일단 인티제 특성상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다보니, 친구들이 만나자고 했을 때도 말로만 '응! 그러자' 이래놓고 절대 구체적인 일정을 짜지 않았다. 반성한다.

 

시간이 지나고보니 E 성향의 친구들은 아마 내게 섭섭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내가 했던 말들로 분명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걸 알지만, 사과하지 않고 외면했다.

 

인티제는 감정 표현을 잘 못한다. 그리고 때로는 그 감정을 알더라도 외면해버린다.

나는 가끔 이런 내 자신이 싫어질 때가 있다.

 

우울한 이유를 또 생각해보았다. 그건 내가 지금 힘든 상황을 힘들다고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 왜 나는 힘든 상황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일까?

 

#인간 불신

 

학창시절부터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인간관계에서 배신 당하는 일이 잦았다. 어떤 친구는 나와의 통화내역을 녹음해서 나를 싫어하는 다른 친구들에게 들려줬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욕한 내용이 없으니 뭐 나는 당당했지만,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나와의 통화내역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했다는 것 자체가 기분 더러웠다.(나중에 나와의 통화내역을 녹음했던 친구는 나중에 본인이 왕따를 당했다. 참 비열했던 친구도 아닌 친구였다)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친하다고 생각했던 동료가 내 뒷담하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뒤로 나는 인간을 믿지 않게 되었다. 학창시절부터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면서 지내기 시작했고, 아무리 친한 사이어도 그 사람과 깊은 속마음을 얘기하기 힘들어졌다.

 

내 인생에서 속마음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딱 3명 정도 되는 것 같다. 그 마저도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다. 1년에 1~2번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아무리 화가 나고 힘들어도 내 감정을 얘기하지 않는다. 내가 제일 극혐하는 인간들은

중간에서 말을 전달하는 인간이다. 이런 인간들은 일단 나에게 접근해서 누가 나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고 선심쓰는 척 하면서 말을 전달한다.

 

그럼 나는 겉으로는 '고마워' 라고 얘기하지만, 뒤에서는 '응 이제부터 넌 손절이야' 이러면서 슬그머니 거리를 둔다. 일단 중간에서 남의 말을 전하는 것 태도가 맘에 안든다.

 

이런 사람들은 결국 내가 하는 말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확률 99%다. 이런 인간들은 바이러스같은 존재인데,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사람 말을 전달하면서 이간질 시키고 분위기를 흐린다.

 

근데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본인이 암적인 존재인걸 모른다. 그냥 불만 투성이. 다른 사람에게 불만 표출할 시간에 다른 일에 에너지를 쏟으면 더 좋을텐데 이런 사람들과 같이 대화를 하면 그냥 감정이 썩는 기분이 든다.

 

제발 남 욕할거면 혼자 삭이던지, 대나무숲에 얘기해라. 이래서 썩은 사과는 베어버려야한다고 하나보다.

 

 

#목표지향적

 

목표를 어느 정도 성취하면 딱 그날 하루만 좋다. 그 뒤로 나는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지금도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려고 이런저런 목표를 세웠으나, 내 정신은 점점 메말라가는 것 같다.

 

나는 사실 그 목표에 대해 확신이 없다. 내가 잘하는 거라기보다는 그냥 남들이 하니까, 필요하니까 공부하는게 강하다.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나는 무엇을 잘할까?

 

매일 생각한다. 생각만 하다가 이내 지쳐서 하루종일 웹서핑을 한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내 인생은 달라지는 게 없는데, 계속 검색한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복잡하다. 인생의 목표를 이뤄도 허무하다. 너무 지친 것 같다. 나는 분명 과거에 너무나 열정 넘치고 밝은 삶을 살아왔던 사람인데, 지금 이런 나의 모습이 너무 낯설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갑자기 모든 것이 불안하고, 모든 실타래가 꼬인 것 같고, 해답을 못찾겠다. 긴 동굴에 또 다시 들어간 기분이 든다.

누군가에게 털어넣고 싶지만, 나는 힘들어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

 

#상상과 현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 부러워질 때가 있다. 상상과 현실은 너무 다르다는 걸 요즘 깨닫는다. 상상 속에서는 넓은 집에서 여유롭게 사는 사람이지만, 현실은 원룸 조차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의 상상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 그래서 때로는 공상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예전에 인셉션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왜 현실에서 잠들어서 다른 세계로 들어가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갔는데, 이제는 이해가 간다. 내가 잠든 세상에서는 아주 화려한 세상이 펼쳐질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잠든다고 모든 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부정적

 

나도 모르게 요즘 다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발전적인 생각 보다는 후회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앞으로 나아가야할 해결책을 찾아야하는데, 요즘 그러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게 무서워서 그런걸까? 사실 좀 두렵기도 하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곳에서 나는 잘할 수 있을까.

근데, 나는 늘 잘 적응해왔고, 처음에는 힘들어도 잘 해냈다. 뭐가 걱정인걸까? 

 

항상 희망찬 얘기만 했었는데, 오늘 만큼은 너무 힘들어서 어디에다가라도 이 푸념을 털어놓고 싶었다.

 

이 우울함이 오래가지 않기를. 다시 회복하기를.

반응형
LIST